할머니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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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포진을 치료받기 위해
70대 여자 환자분이
나를 찾아오셨다.
대상 포진이 생긴 부위가
가슴쪽이라고 알려주면서
신경 통증이 심하신지
환자분은 얼굴을 찡그리며
가르다란 신음 소리를 내고 계셨고
보호자로 동행한 아드님이
환자 상태를 대신 설명해주었다.
환자분은 한달전 대상 포진이 생겨
수원에 대상 포진으로 유명하다는
00병원에 한달간 입원해 있었지만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너무 고통스러워
아드님이 병원에서 퇴원 시키고
바로 여기를 찾아오셨다고 했다.
"한달 동안 입원해 있으셨다고요?"
나는 놀라서 다시 되물었다.
나름 대상 포진으로
유명한 병원에서
1달간 입원해 있는데도
이렇게 아파하신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아해하는 내 표정이 답답하셨는지
매일 여러가지 검사하고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환자분이 재차 강조하면서
말씀하셨다.
"이상하다..."
정말 참 이상했다.
그래도 나름 임상 경험이 풍부한 병원일텐데
내 눈앞에 계신 분은 왜 이렇게 아파하시지?
환자분은 연신 밀려오는 통증을
참느라 정말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계셨다.
경험상 대상 포진의 신경 통증은
1주일만 경험해도 사람들은 미치는데
한달이나 참고 있었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이 정말 아팠다.
가져오신 약봉지의 약들을 보니
마약과 진정제가
한가득 왠지 섬뜩함과 함께 담겨있었다.
대상 포진 통증은
마약으로는 택도 없다.
아프다고 하니 증량만 계속 했으니
환자는 멍멍한 상태에서도
극한의 고통을 두들겨 맞고 있었던 셈이었다.
치료 시기를 놓쳐서
후유증이 생긴 상태라서
바로 좋아지지 않을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내 설명에 보호자는 살짝 실망한 눈치였지만
환자는 그래도 좋다고 했다.
믿고 치료 받겠다고 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치료 하겠습니다."
치료는 살짝 정성을 더 담아
열심히 신경 치료를 했고
다음날 오시라고 했다.
"어머니 좀 어떠셨어요?
밤새 많이 아프지는 않으셨어요?
잠은 좀 주무셨어요?"
치료 다음날 환자분이 다시 진료실에
들어오실때 나는 인상적일정도로
너무 아파했던 모습이 떠올라
밤새 괜찮으셨는지 큰 소리로 물어보았다.
"아픈게 많이 좋아졌어요!"
머야? 정말인가?
"통증이 좀 줄었다고요?"
환자분은 어제와는 180도 달라지신
생기가 도는 온화한 얼굴로
기쁨의 목소리를 말씀해 주셨다.
"어제는 잘 잤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환자분이 좋아져서 나도 행복했지만
이건 뭔가하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한 달동안 입원해 있으시면서
비싼 검사란 검사는 다 하고
치료하고
진통제와 마약까지 드셨던
그 시간과 돈과 고통은 뭐지?
이렇게 금방 좋아질수 있는것을
머하고 있었던거지?
너무 이상했다.
이상한 앨리스를 처음 본 날의 느낌보다
더 이상했다.
고령, 통증 강도, 치료 시간
이 3박자가 엇박이 나면서
환자분의 치료는 쉽지 않았지만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항상 감사해하며
성실하게 치료 받으시고나서
마약도 끊으시고
성당에도 나가셔서
다른분 신앙 상담을 해주실 정도로
많이 회복되셨다.
어느날 치료를 끊내고
내가 환자분에게 물었다.
"어머니! 근데 대상 포진 생겼을때
거기 00 병원으로 가신거에요?
그냥 바로 저한테 오시지 그러셨어요?"
환자분이 나를 보며 웃으시면서 말하셨다.
"여기는 입원실이 없잖아!
자식한테 신세 안지고 싶고
자식이 거기로 가자고 하니까
입원실 있는 병원으로 간거야.
거기는 진짜 000야!"
내가 드디어 병원 확장을 해서
입원실을 오픈했을때
환자분이 제일 좋아하셨다.
"이제 나같은 환자는 안 생기겠네!"
그리고 확장을 축하한다며
선물도 보내주셨다.
그 선물에 내 마음이 너무 배불러서
행복했다.
잘 먹겠습니다!